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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레이 가와쿠보 vs 글로벌 디자이너 비교

by rider's fassion 2025. 4. 3.

레이 가와쿠보의 꼼데가르송 런웨이룩북

패션에는 수많은 스타일과 철학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고 새로운 길을 개척한 디자이너들은 오랫동안 기억된다. 레이 가와쿠보는 바로 그런 인물 중 하나다. 일본에서 태어나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이 된 그녀는 ‘아름다움’이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정의했다.

하지만 패션계에는 그녀만큼이나 강한 개성과 스타일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많다. 코코 샤넬, 마르탱 마르지엘라, 요지 야마모토 같은 이들과 비교했을 때, 레이 가와쿠보의 디자인은 어떤 점에서 독창적일까? 그리고 그녀는 글로벌 패션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디자이너일까? 이번 글에서 깊이 있게 살펴보자.

1. 레이 가와쿠보 vs 코코 샤넬: 정제된 우아함 vs 해체된 미학

코코 샤넬은 ‘여성의 해방’을 패션을 통해 구현한 디자이너다. 그녀는 불필요한 장식을 제거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강조하면서도 세련미를 유지했다. 대표적인 예가 트위드 재킷과 리틀 블랙 드레스다.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이 스타일들은 지금도 많은 여성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반면, 레이 가와쿠보는 기존의 아름다움의 개념 자체를 거부하는 데서 출발했다. 그녀는 의류의 균형을 깨뜨리고, 비대칭적인 실루엣과 해체된 형태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샤넬이 ‘세련된 간결함’을 추구했다면, 가와쿠보는 ‘불완전함 속에서 새로운 미를 찾는 것’에 집중했다.

2. 레이 가와쿠보 vs 마르탱 마르지엘라: 실험정신의 차이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레이 가와쿠보처럼 해체주의를 추구한 디자이너다. 그는 기존의 패션을 해부하고, 재료를 새롭게 조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했다. 예를 들어, 사용했던 재료를 다시 조합해 새로운 옷을 만들거나, 안감을 겉으로 노출시키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두 디자이너의 차이점도 뚜렷하다. 마르지엘라는 익명성을 강조하고, ‘패션쇼에서조차 디자이너 본인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철저한 원칙을 지켰다. 그의 디자인은 패션을 일종의 사회적 실험으로 바라보며, 기존의 시스템 자체를 비판하는 성격이 강했다.

반면, 가와쿠보는 해체적인 디자인을 하면서도 강한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했다.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은 전 세계적으로 확고한 마니아층을 형성했고, 스투시(Stüssy)나 나이키(Nike) 같은 스트리트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며 상업적인 성공도 거두었다.

3. 레이 가와쿠보 vs 요지 야마모토: 일본 패션을 이끄는 두 거장

요지 야마모토는 레이 가와쿠보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꼽힌다. 둘 다 검은색을 즐겨 사용하고, 비대칭적인 실루엣과 구조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며 서구 패션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패션 철학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요지 야마모토는 패션을 ‘여백의 미’로 해석한다. 그의 옷은 마치 동양화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가지고 있으며, 천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실루엣을 중요시한다. 그는 패션에서 ‘시간’과 ‘역사’가 담길 수 있도록 디자인을 한다.

반면, 레이 가와쿠보는 보다 급진적이고 파격적인 형태를 추구한다. 그녀의 디자인은 옷을 착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옷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착용하기 불편한 구조를 만들기도 하며, 일반적인 실루엣을 과감하게 뒤틀어버린다.

결론: 레이 가와쿠보, 글로벌 패션에서 독보적인 존재

레이 가와쿠보는 패션을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하나의 철학적 실험으로 접근하는 디자이너다. 코코 샤넬이 여성성을 강조하고 정제된 우아함을 추구했다면, 가와쿠보는 기존의 여성성 개념을 깨고 새로운 미학을 제시했다. 마르탱 마르지엘라와는 해체주의적인 접근 방식을 공유했지만, 보다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며 브랜드를 확장했다. 같은 일본 출신의 요지 야마모토와는 동양적인 미학을 공유하면서도, 훨씬 급진적인 디자인을 시도하는 차이를 보였다.

2024년 현재도 그녀의 브랜드 꼼데가르송은 패션계를 뒤흔들고 있으며, 여전히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그녀의 스타일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패션이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점이 바로, 레이 가와쿠보가 글로벌 패션계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